도서관에서 특정 분야의 서가를 살펴보면 책등 앞부분에 같은 숫자가 반복해서 보인다. 한국소설은 비슷한 분류번호를 공유하고, 같은 시대의 역사책이나 동일한 주제를 다룬 과학책도 가까운 번호를 받는다. 그런데 분류번호가 같다면 수십 권의 책을 어떤 순서로 꽂아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것이 저자기호다. 저자기호는 같은 주제에 속한 책들을 저자나 책 제목 등의 기준으로 구분하기 위해 붙이는 표시다. 분류번호가 책의 동네를 알려준다면, 저자기호는 그 동네 안에서 개별 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번지에 가깝다.

분류번호만으로는 책 한 권을 구분하기 어렵다

분류번호는 책이 다루는 주제를 나타낸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은 동일하거나 매우 비슷한 번호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작가의 한국 장편소설이 같은 분류번호 아래 모이고, 한 인물을 다룬 서로 다른 전기 역시 같은 번호대에 배치될 수 있다.

도서관이 분류번호만 사용한다면 같은 숫자가 붙은 책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이용자는 검색한 책이 어느 서가에 있는지는 알아도, 그 안에서 정확히 몇 번째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반납된 책을 다시 정리하는 직원도 일정한 배열 순서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저자기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저자명이나 표목으로 정한 이름을 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바꾸어, 같은 분류번호를 가진 책 사이에 순서를 만든다. 도서관은 이 기호를 활용해 자료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한다.

청구기호는 보통 분류번호와 저자기호, 그리고 필요한 경우 책 제목이나 권차를 구분하는 추가 기호로 구성된다. 따라서 검색 결과에서 청구기호 전체를 확인해야 같은 주제의 여러 책 가운데 원하는 책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저자기호는 저자 이름을 그대로 적은 것이 아니다

저자기호라는 이름 때문에 책등에 저자의 성이나 이름이 그대로 표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저자 이름의 일부 글자와 정해진 숫자를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성을 가진 저자가 여러 명이라면 성 한 글자만으로는 책을 구분할 수 없다. ‘김’이라는 성을 가진 작가의 책이 한 서가에 수백 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 이름의 다음 글자나 일정한 표에 대응하는 숫자를 함께 사용해 배열 순서를 세분한다.

저자기호 뒤에는 책 제목을 구분하기 위한 문자나 숫자가 추가되기도 한다. 동일한 저자가 같은 분야에서 여러 권의 책을 썼다면 저자기호만으로는 서로 다른 작품을 구별하기 어려워서다. 이때 서명의 첫 글자 등을 활용한 기호가 더해질 수 있다.

도서관마다 사용하는 저자기호표와 세부 적용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같은 책이라도 서로 다른 도서관에서 저자기호가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는 기억해 둔 기호에만 의존하지 말고 해당 도서관의 검색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청구기호는 위에서 아래로 나누어 읽는다

책등에 붙은 청구기호 라벨은 여러 줄로 나뉘어 인쇄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위에는 소장 위치나 별치기호가 표시될 수 있고, 그 아래에 분류번호와 저자기호, 권차기호가 순서대로 적힌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분류번호다. 검색 결과에 나온 숫자와 서가 안내판의 번호 범위를 비교해 해당 구역으로 이동한다. 서가에 도착하면 숫자의 크기를 차례로 따라가야 한다.

분류번호가 같다면 그다음 줄에 있는 저자기호를 비교한다. 일반적으로 한글 문자의 순서와 숫자의 크기를 함께 살펴본다. 같은 저자기호가 반복된다면 서명기호나 권차기호 같은 다음 요소를 확인한다.

소수점이 포함된 분류번호는 자릿수를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813.6과 813.7은 서로 다른 번호이며, 소수점 뒤 숫자도 배열 순서를 결정한다. 숫자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위치에 꽂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청구기호 전체를 한눈에 비교하려 하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한 줄씩 대조하면 훨씬 수월하다. 먼저 분류번호를 맞추고, 다음으로 저자기호를 확인한 뒤, 마지막에 권차나 복본 정보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같은 저자의 책이 항상 나란히 있지는 않다

저자기호가 사용된다고 해서 같은 작가의 책이 모두 한곳에 모이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 배열에서 가장 먼저 적용되는 기준은 대체로 분류번호이기 때문이다.

한 작가가 소설과 수필, 여행기, 인문 교양서를 각각 썼다면 책의 주제와 형식에 따라 서로 다른 분류번호를 받을 수 있다. 같은 사람이 쓴 책이라도 문학 서가와 역사 서가, 여행 서가로 흩어질 수 있다.

번역서도 비슷하다. 어떤 책은 원작자의 이름을 기준으로 저자기호를 만들고, 어떤 자료는 도서관의 목록 작성 기준에 따라 다른 표목이 적용될 수 있다. 공동 저자가 여러 명이거나 단체가 저자인 책도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특정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보고 싶을 때는 서가에서 저자기호만 훑는 것보다 도서관 검색 시스템의 저자명 검색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검색 결과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같은 저자가 쓴 책이 어떤 주제로 분류되었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권차기호와 복본 표시는 무엇을 뜻할까

여러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나 전집에는 권차를 나타내는 표시가 추가된다. 같은 제목과 저자기호를 가진 자료라도 1권, 2권, 3권처럼 순서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따라 ‘v.1’, ‘1’, ‘상’, ‘하’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동일한 책을 여러 권 소장한 경우에는 복본을 구분하는 기호가 붙기도 한다. 이용자가 많이 찾는 책은 같은 판본을 두 권 이상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각 책을 개별 자료로 관리하려면 별도의 표시가 필요하다.

개정판이나 증보판도 청구기호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제목과 저자는 같지만 출판 연도와 판차가 다르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서 발행 정보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과제나 연구를 위해 특정 판본을 찾아야 한다면 더욱 중요하다.

검색한 책과 청구기호가 거의 같더라도 마지막 줄의 권차나 복본 번호가 다를 수 있다. 원하는 권을 찾지 못했을 때는 바로 옆의 책을 자세히 살펴보고, 라벨의 마지막 표시까지 비교해야 한다.

저자기호를 알면 서가 탐색이 빨라진다

저자기호는 단순한 내부 관리용 코드가 아니다. 같은 분류번호 아래 모인 여러 책에 일정한 순서를 부여하고, 이용자가 검색한 자료를 정확히 찾도록 돕는 실용적인 장치다.

책을 찾을 때는 분류번호만 메모하기보다 청구기호 전체를 기록하는 습관이 좋다. 휴대전화로 검색 결과 화면을 저장하거나, 분류번호와 저자기호를 함께 적어 두면 서가 앞에서 다시 검색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서가에서 책을 꺼냈다가 위치를 잊었을 때는 임의로 꽂지 않는 편이 낫다. 비슷해 보이는 기호라도 한 글자나 숫자가 다르면 전혀 다른 위치일 수 있다. 많은 도서관이 잘못 꽂힌 책을 따로 둘 수 있도록 북트럭이나 반납대를 마련해 두고 있다.

분류번호가 책의 주제상 위치를 정한다면 저자기호는 그 안에서 책 한 권의 순서를 정한다. 두 요소를 함께 읽을 수 있게 되면 복잡해 보이던 청구기호가 책의 위치를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안내 정보로 보이기 시작한다.

다음 글에서는 서가의 번호가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는지, 청구기호를 따라 책을 찾는 과정을 도서관 이용 순서에 맞춰 살펴본다.

FAQ:

저자기호만 알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나요?

저자기호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습니다. 같은 저자기호가 서로 다른 분류번호에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류번호, 저자기호, 권차기호를 포함한 청구기호 전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책인데 도서관마다 저자기호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서관이 사용하는 저자기호표나 목록 작성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주요 저자를 판단하는 방식이나 추가 기호를 붙이는 기준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책을 꺼낸 뒤 원래 위치를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슷한 번호의 자리에 짐작해서 꽂지 말고 서가 주변의 북트럭이나 반납대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 꽂힌 책은 검색상으로 대출 가능해 보여도 실제로 찾기 어려운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