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의 책을 서로 다른 도서관에서 검색했는데 청구기호가 다르게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 한 도서관에서는 역사 분야에 있고, 다른 도서관에서는 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에 놓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분류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책의 중심 주제를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도서관 분류는 책 제목에 들어간 단어만 보고 자동으로 결정되는 작업이 아니다. 목차와 서문, 저자의 집필 의도, 주요 독자층, 내용의 비중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어떤 분야에서 이용자가 가장 자연스럽게 찾을지를 판단한다. 한 권의 책에 여러 성격이 섞여 있을수록 도서관마다 다른 선택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한 권의 책에는 여러 주제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책은 항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지 않는다. 여행기는 지리 정보와 개인적인 수필이 섞여 있을 수 있고, 과학자의 전기는 과학사와 인물의 생애를 함께 다룬다. 한 도시의 건축을 설명하는 책에는 역사, 예술, 도시계획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분류 담당자는 이 가운데 책 전체를 가장 잘 대표하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목차의 절반 이상이 건축 양식을 설명하고 나머지가 도시의 역사라면 예술이나 건축 분야에 둘 수 있다. 반대로 시대별 도시 변화가 중심이고 건축은 사례로만 등장한다면 역사나 지리 분야가 더 적절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책도 어느 요소를 중심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분류번호가 달라진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틀렸다고 보기보다 각 도서관이 책의 핵심을 어떻게 보았는지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특히 제목이 은유적이거나 문학적인 책은 표지만으로 주제를 판단하기 어렵다. 제목에는 ‘길’, ‘마을’, ‘시간’ 같은 단어가 있어도 실제 내용은 철학, 역사, 여행, 수필 가운데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류 담당자는 목차와 본문을 함께 살핀다
새 책의 분류번호를 정할 때는 제목과 출판사 소개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넓거나 감성적으로 붙여질 수 있고, 출판사 소개 역시 책의 여러 특징을 한꺼번에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분류 담당자는 목차를 먼저 살펴 책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다. 어떤 주제가 반복되고, 각 장이 어느 분야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는지 확인한다.
서문과 머리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어떤 문제를 설명하려는지, 누구를 주요 독자로 삼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본문의 일부를 읽어 실제 서술 방식도 확인한다.
예를 들어 식물에 관한 책이라도 식물의 생태와 분류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자연과학에 가깝다. 반면 식물을 활용한 정원 설계와 관리법을 주로 다룬다면 농업이나 생활기술 쪽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용자가 어디에서 찾을지를 고려하기도 한다
분류는 학문적인 정확성만을 따지는 일이 아니다. 실제 이용자가 그 책을 어느 서가에서 찾을 가능성이 높은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책의 주제뿐 아니라 연령과 이용 방식에 따라 별도 코너를 운영할 수 있다. 성인 대상 도서관에서는 문학으로 분류할 책을 어린이자료실에서는 그림책이나 어린이문학 서가에 배치할 수 있다.
지역도서관은 향토자료를 별도 공간에 모으기도 한다. 같은 책이 일반 역사책이면서 특정 지역의 기록이라면, 일반 분류번호보다 지역자료 코너에 두는 편이 이용자에게 더 편리할 수 있다.
대학도서관은 학과와 연구 분야를 고려해 보다 세분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일반 독자가 쉽게 찾도록 비교적 넓은 분야로 묶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분류번호는 책의 내용만 반영하는 절대적인 답이라기보다 도서관의 성격과 이용 환경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사용하는 분류법이 다르면 번호도 달라진다
모든 도서관이 같은 분류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공공도서관에서는 한국십진분류법을 많이 사용하지만, 대학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에서는 다른 분류 체계를 채택할 수 있다.
분류법이 다르면 같은 주제라도 숫자 체계와 배열 방식이 달라진다. 한 분류법에서는 역사와 지리를 가까운 범주에 둘 수 있고, 다른 체계에서는 인물 전기나 지역 연구를 별도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같은 분류법을 사용하더라도 판본이나 개정 시기에 따라 세부 번호가 달라질 수 있다. 분류 체계는 새로운 학문 분야와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수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도서관에서 보았던 청구기호를 다른 도서관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같은 제목의 책이라도 반드시 해당 도서관의 검색 시스템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번역서와 공동저자 책은 판단이 더 복잡하다
번역서는 원저자와 번역자가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저자기호를 정할 때 기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원저자를 중심으로 처리하지만, 도서관의 목록 규칙과 자료의 성격에 따라 표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공동저자가 여러 명인 책도 마찬가지다. 대표 저자를 기준으로 저자기호를 만들거나 단체명을 사용할 수 있다. 학회나 연구기관이 발행한 보고서는 개인 저자보다 기관명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책 제목이 개정되거나 부제가 달라진 판본도 이전 판과 청구기호가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다. 내용은 비슷해 보여도 수정 범위와 발행 형태에 따라 별도 자료로 등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검색 결과에서 저자, 출판사, 발행 연도, 판차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목 하나만 보고 같은 자료라고 판단하면 원하는 판본을 놓칠 수 있다.
같은 책이 다른 서가에 있을 때 생기는 장점도 있다
같은 책이 도서관마다 다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책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도서관에서 과학사로 분류된 책을 다른 곳에서는 인물 전기로 배치했다면, 이용자는 그 책이 과학의 발전 과정과 한 사람의 생애를 모두 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행 수필이 문학 서가에 있는 곳과 지리 서가에 있는 곳을 비교하면 책의 성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분류는 책의 한 면을 강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류 결과가 책의 복합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런 차이를 활용하면 비슷한 주제의 책을 더 넓게 탐색할 수 있다. 특정 책을 찾은 뒤 관련 분야의 서가를 함께 살펴보면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룬 자료를 발견할 수 있다.
청구기호는 도서관마다 다시 확인해야 한다
도서관 분류에는 공통된 원칙이 있지만, 최종 번호는 책의 중심 주제와 도서관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여러 분야가 섞인 책일수록 분류 결과의 차이가 나타나기 쉽다.
같은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찾을 때는 이전에 보았던 청구기호를 그대로 기억해 찾아가기보다, 해당 도서관의 검색 결과를 새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소장 자료실, 별치기호, 판본 정보도 함께 살펴야 한다.
분류번호가 다르다는 사실은 오류라기보다 책의 성격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도서관 서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책 한 권이 여러 학문과 주제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종이책 중심의 분류 방식이 전자책과 디지털 자료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물리적인 서가가 없는 도서관에서도 분류가 왜 필요한지 살펴본다.
FAQ:
같은 책의 분류번호가 다르면 한 도서관이 잘못 분류한 것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에 여러 주제가 포함되어 있거나 도서관의 주요 이용자와 운영 목적이 다르면 중심 주제를 다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책 제목만 보면 분류번호를 예상할 수 있나요?
대략적인 분야는 짐작할 수 있지만 정확한 분류는 어렵습니다. 제목과 실제 내용이 다를 수 있어 목차, 서문, 본문의 비중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다른 도서관에서도 이전에 적어둔 청구기호를 사용할 수 있나요?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용하는 분류법과 저자기호표, 소장 위치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해당 도서관의 검색 시스템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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